재활용 쓰레기의 끝이 어떨지 깊이 생각해본적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시키는대로 적당히 잘 분류하면 누군가 가져가서 새로 만들어주겠지. 그 정도의 수동적인 사고. 그게 내가 늘 가져온 생각이었다. 그 이후의 과정은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이미 버린 쓰레기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잘 있을까?
주말에 유튜브로 KBS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았다. 두편을 보았는데 시리즈 물이었다. 첫번째 편의 제목은 '탄소해적' 그리고 두번째 편은 '재활용 식민지' 이다. 그 중 두번째 편이 특히 내 머리를 후려 쳤다.
모른다와 관심없다. 이 두가지가 변명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다큐멘터리를 본 후 들었다.
KBS 다큐 - 재활용 식민지
KBS 에서 제목을 정말 기가 막히게 뽑았다. 약 50분에 육박하는 이 영상을 보고 나면, 정말로 재활용 식민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다큐는 인도네시아의 16세 소녀이자 환경운동가인 니나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어느날 니나네 집 근처에는 분쇄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주변 상인들이 나무와 고무 대신 땔감으로 선택한 이것. 작은 공장들에서는 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땔감으로 쓰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돈. 나무땔감의 1/2 보다도 저렴한 플라스틱 쓰레기 땔감. 업주의 선택이 무엇일지는 자명하다.
위와 같은 환경의 작업장에, 환경을 생각해서 비싸지만 더 좋은 땔감을 사용하라 말 할 수 있을까? 이 땔감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에게 '당신은 안전한가요?' 라고 니나는 묻는다. 그들은 '연기는 굴뚝으로 나가기 때문에 안전하다' 라고 답하며 연신 기침한다. '피곤해서 기침이 나나봐요' 라고 말하는 그들은 플라스틱이 타며 나는 염화수소와 같은 유해가스, 다이옥신과 같은 발암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지역의 명물인 두부를 만드는 공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음식 바로 아래에서 플라스틱이 타들어가고 있다. 작업자는 '연기는 굴뚝으로 나가기 때문에' 사람이 안전하듯, 음식도 안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이들은 그저 잘모를 뿐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강대국들로부터 소녀의 앞마당 까지 흘러들어왔다. 누군가가 먹은 햇반의 뚜껑, 무릎에 붙인 파스의 껍데기는 니나의 집 앞에 쌓여만 간다. (비닐도 플라스틱이 원료이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니나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강대국들의 앞마당에서 그 쓰레기를 태우고 처리하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어딘가 이 쓰레기를 태워줄 곳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돈이 없는 약소국, 개발도상국인 인도네시아, 니나의 집 앞이었다. 니나가 원튼 원치않든, 니나의 호흡기가 망가지든 아니든, 그런건 중요치 않다.
비교적 강대국인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약소국에서 태어난 니나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햇반 비닐에 자꾸만 눈이 간다. 내가 버려온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수없이 많이 있었던가...
활용 플라스틱 중 정말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약 9%만이 재활용이 된다고 한다. 19%는 소각, 50%는 매립 , 그리고 나머지 22%는 통제가 되지 않고 자연으로 흘러들어가 거북이의 콧구멍에 꽂히는 것이다.
저품질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동남아시아로 흘러들어간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 친환경 국가들이 높은 재활용률을 달성하는 비결의 이면에는 터키,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지로의 쓰레기 수출이 있다. 그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든 상관없이 독일에서는 수출 그 자체로 목표로 한 수치를 달성할 수 있다. 역으로 말하면, 개발도상국가로의 수출이 없다면, 선진국에서 친환경 타이틀을 달만한 재활용률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 강대국들은 약소국의 플라스틱 배출량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환경 범죄자라고 까지 하는 상황. 그런데 그 쓰레기가 어디서 왔더라? 내 이웃에게 내 쓰레기를 전가하고 나서, 쓰레기 악취가 난다며 이웃을 비난하는 싸이코패스적 행위와 다를것이 뭔가.
내 국가의 내 가족이 웃을 수 있는동안, 나도 모르는 동안 힘없는 국가의 니나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영상을 보며 그저 반성만 하고 끝나서는 안될 일이라 생각했다. 플라스틱으로 상품을 만드는 것을 줄이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번해에는 작은 시도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을 직접 실천해 보기로 하였다. 나라는 개인이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생각보다 꽤 많다. 그 소비를 줄여볼 생각이다. 아래에 리스트업 해보겠다.
- 카페 갈 때 텀블러 사용
- 배달음식 최소화
- 음료수 덜 사먹기
앞으로 좀 더 알아보고 생활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실천해보아야 겠다.
각자의 삶속에서 하나 정도씩 실천해보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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