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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의 덜 달달한 연애

최선의 사랑? 쓸모없는 이기심의 극치

by 디어두어 2024.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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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 뿜뿜 넘치는 사람들이 종종 착각하고 놓치는게 있다. 내가 주고 싶은 사랑이 상대방이 진정 원하는것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것이다.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가득 앞서나가서, 타인의 마음은 놓쳐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것 저것 주고 싶지 않은가? 소소한 이벤트의 아이디어가 샘솟진 않는지? 혹시 내가 해준 것을 상대방이 내 기대만큼 좋아하진 않은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글을 쭉 읽어보길 바란다.

일단 잠시 진정해 보자

일단 당신은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다. 강아지가 주인을 봤을 때 흔드는 꼬리처럼 신난 내 텐션을 조금만 낮춰보자. 잘 안돠면 심호흡이라도 해보자. 신난 내 뇌를 조금 씻어버릴 필요가 있다.

진정하고 준비가 되었다면 잠시 생각해보자.


내가 주고 싶은 것과 상대가 받고 싶은것이 일치 하는가?

 


상상이 잘 안된다면 어릴적으로 돌아가보자. 5살의 크리스마스 때 당신은 무언가를 받고 싶었을 것이다. 과자의 집을 받고 싶었다고 생각해보자. 기대에 가득찬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당일 선물 꾸러미를 연 당신. 크고 예쁜 포장 속에는 누런 24K 금팔찌가 있다. 어떤가? 과자의 집을 받고 싶었던 5살의 당신은 행복할까?

24K 금팔찌면 과자의 집을 몇십번은 살 수 있는 가치가 있음에도 그것은 중요치 않다. 그것은 5살의 당신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금팔찌의 가치를 어린이라 몰라서 그런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4K 금팔찌가 아니라 과자의 집 가격에 상응하는 다른것을 선물해도 결과는 똑같다. 5살 아이가 받고 싶은 것은 과자의 집 인 것이다.


나를 위한 것인가 상대를 위한 것인가?

나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3시까지 남친에게 줄 셀프 밀키트를 만들었다. 요리 계획을 짜고 장을 보고, 유튜브를 봐가며 요리를 했다. 왜 이렇게 까지 했냐고? 항상 인스턴트 음식과 배달음식을 먹는 남친에게 직접 만든 음식를 먹이고 싶어서였다. 마음은 앞서는데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니 서투르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요리솜씨가 없는만큼 맛 보장도 할 수 없다. 하루종일 오래 서있다보니 허리디스크도 도져서 누워도 아픈 지경까지 왔다.

남친은 맛있는걸 조금 먹는걸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음식에 대한 열망이 없는 사람이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 평상시에 먹고 싶은게 없다고 한다. 남친은 음식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저렇게까지 내 시간과 체력을 써가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한 것이다. 그것도 맛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시험적인 음식을. 받는 사람이 기분좋게 받을 수 있을까? 아마 생각해준 마음이 기특해서 조금은 기분좋게 받겠지.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이것은 아니다. 아마 그 많던 장보기 리스트 중 딱 하나 있던 소주 한병, 그것이 그가 가장 만족할 아이템일지도.

사랑이 넘치는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어쩌면 배려심이 생각보다 없는 건지도 모른다. 나처럼 저렇게 고생한 것 보면 언뜻보기엔 배려심이 있어보일 것이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배려심이 없기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원치 않던 금팔찌를 받은 5살 아이를 떠올려보라. 당신이 바라는 그 아이의 환한 웃음조차도 어쩌면 사랑이라는 미명의 은근한 강요일지도. 어떤 아이가 원치 않는 선물을 받고 웃고 싶겠는가.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경험을 강요하고 싶은가?

사랑이 넘치는 우리는 어쩌면 따뜻하다 못해 끓어오르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우리네의 기본 본성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 방향성만 조금만 제대로 잡아주면 우리는 최고의 가족, 연인,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하고 싶은 배려를 넘어, 상대방을 관찰하고 그가 원하는 배려를 해서 주위를 기쁘게 해줘보자. 어차피 우리는 그렇게 하는데서 기쁨을 얻는 사람들 아닌가.

다시 한번 정리해보겠다. 앞으로 우리네 같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 주고 싶을 때, 한번 더 생각해보자. 이것이 정말 상대방이 평상시에 좋아하고 원하던 것인지? 혹시 내 사랑의 표현에 내가 취해버린건 아닌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면, 그 사람의 과자의 집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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