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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용종 수술기 #2 - 흔들리는 마음, 그리고 인생의 선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다.

by 디어두어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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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당일 자궁내막용종을 수술하기로 결심해버린 나.
생애 첫 수술이다 보니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두렵따….


내가 받을 수술법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어떤 부작용들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쉽게 결정한건 아닌지?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찾아보니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더군요. 1. 자궁경 소파술
2. 전통적인 큐렛? 으로 긁어내는 소파술

자궁경은 내시경을 넣어서 ‘보면서’ 하는 수술이기에
환부만 정확히 긁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전통적 방식으로 하는 수술은
눈으로 보지 않고 감에 의존해 하기 때문에
좀 많이 긁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자궁경 소파술을 하기로 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제는 부작용 을 알아볼 차례…
부작용은 무시무시하더군요. 1. 불임이 될 수 있다.
2. 자궁내막이 유착될 수 있다. -붙어버린다.
3. 자궁천공 - 구멍이 뚫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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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30대 후반의 미혼, 출산 무경험자.
내가 아이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아이를 갖고싶다는 생각 자체도 크게 해본적이 없고
꼭 가져야 하나? 라는 생각이 더 많은 사람.
출산, 육아에 대해서 깊은 생각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내 자궁에 문제가 생겨서 불임이 된다면?
까지 생각해보게 되니
쓰려고 생각을 딱히 안한 기관이지만
못쓰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막막해지더군요.

‘안하는 것’ 과 ‘못하는 것’
심적으로 큰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말 더 크게 느낀건
남친과 통화를 하면서
부작용에 대해 얘기하려는 순간
왠지 눈물이 뚝뚝 나오고 목이 메였단 것 입니다.

남친과 미래계획 이런걸 딱히 세운 사이가 아님에도
아무래도 제 자궁과 가장 가까운 사이니까(ㅋㅋ)
댐과 같은 감정의 벽 중,
약한 부분에 구멍이 생기면서
서글픈 마음이 넘쳐 흘렀나봅니다. “쓸 거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이상하지?”
란 질문에
남친은 이해한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 ‘내가 고자라니’ 랑 같은 맥락이잖아 “

ㅋㅋㅋ
비유가 너무 좋았네요.
네.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안좋은 일이 벌어질 생각은 그만하고 ’대장 내시경하다 용종 떼는거랑 똑같을 거야.
별일 없을거야‘

를 되뇌이며 수술을 고사하기로 다시 한번 결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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